박 종 규 : ENCODING

최 진 희 ㅣ 전시기획자

 

시안미술관이 2015년 준비한 중진작가 지원 기획전의 제1회 작가로 박종규작 가가 선정되었다. 그동안 회화, 조각, 사진, 비디 오, 공동 미 어보았다. Encoding은 암호 또는 기호화하다, 암호를 새겨 넣다, 기록하다의 뜻을 가진 단어이다. 이 용어의 함축적 의미가 작가가 이제껏 해오던 대표적 작업들과 앞으로 새롭게 확장시키고 발전시켜 나 아갈 방향의 작업들 모두를 아울러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되었다.

 

우선 첫째로 조형적 형식이라는 형태적 측면에서 우리에게 보이는 모습이다. 작가의 대표적 이미지 작업이라고 할 수 있는 평 면 작업들의 모습은 크게 점작업 과 선작업 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이미지의 시작은 작가가 모든 이미지의 최소단위라 할 수 있는 픽셀을 확장하고 자르고 늘어뜨리고 조작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이미지들이다. 무수한 점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점들의 이미지들은 우리들이 언뜻 보기에 맹인들의 점자책 속의 한 페이지처럼 보이기도 하고 반도체의 복잡한 전자회로 장 치의 모습 같기도 하다. 무엇보다 무수한 점들은 제각각의 고유한 의미와 원칙에 의해서 배열된 것처럼 우리에게 어떤 하나의 질서 안에서 철저하고 세밀하게 기록된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이다. 박종규 작가에게 보이는 하나의 점은 마치 세상의 모든 부 호와 암호를 최대로 일반화시키고 보편화시켜서 생긴 기호의 마지막 상태를 상징하는 것 같다. 선작업들의 이미지 역시 암호 들을 수신하면서 생기는 무수히 많은 경우의 파장들과 소통하다가 끊기고 연결이 실패되고 또 다시 연결되고 그러한 송신과 수신을 거친 파장들이 무한 반복되면서 중단 없이 시도되는 과정들의 엄청난 축적들의 기록처럼 보여진다.

 

두 번째로 개념적 내용이라는 측면에서 인코딩의 세계가 예전의 작가가 해온 작업들과 지금 현재 새롭게 만들어내고 있는 작 업들, 언뜻 보기에 작가가 어떠한 연결됨 없이 새로운 작업을 선보이는 듯한 시기적으로나 형태적으로도 다르게 보이는 작업 들을 이어주는 맥락의 기초를 제공해 준다는 점이다. 작가가 그동안 각기 다른 미디엄들을 통해서 다양하게 표현해 내고자 하 는 주요 관심사들의 중심을 연결해주는 주제로써 인코딩의 개념으로 이해해 보면, 전시장 1층에서 선보이는 돌조각들의 구상 에 가까운 드로잉들과 돌조각들의 각기 다른 크기와 모양을 그대로 쇠판으로 잘라서 보여주는 작은 부조의 형태로 진열된 조 각들은 인코딩의 세계에서 작가의 평면작업에서의 점작업의 이미지작업과 대비하여 각각 제일 끝자리에 위치한 무언가를 상 징한다고 볼 수 있다. 돌은 실재 우리가 발견하는 돌들이라는 구체적인 개체성에서 발견되는 각각의 조금도 같지 않게 다른 모양들이 유일한 실존의 구체성과 개체성의 상징의 샘플로서 존재한다면, 반면에 점작업 들에서 보여 지는 하나하나의 점들은 이러한 구체적인 개체성이 개념화되어 일반화된 기호로 인식 되어 진다. 즉 우리의 삶에서 개념의 역할과 개체의 실존성, 이 두 세계의 공존의 스펙트럼 안에서의 각각의 극단에 대한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작가의 새로운 작업 중에 하나인 현장전의 성격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를 위한 벽에 직접 그리고 설치한 작업들은 인코딩의 의 미 중에서 “기록”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더 공감이 가도록 이해될 수 있다. 서로 다른 다양한 크기의 다른 중요도를 가진듯한 여러 겹의 이미지들이 중첩되어 기록된 점들과 이런 이미지와 함께 지워진 흔적들 위에 덧붙여져서 입혀진 점들은 크게는 인 간 역사의 쓰여지고 다시 쓰여지기를 반복하며 축적해오는 기록의 은유처럼, 작게는 한 개인이 삶에서 이제껏 쌓고 지워왔던 소통의 생생한 현재진행형의 모습으로 보여질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인코딩이라는 개념 안에서 작가는 인코딩의 세계를 표현해 내는 작업도 시도했지만 이와 동시에 보여지는 세계와 바로 직접 보여지지 않고 잠재되어 그 존재와 그 존재 자체의 의미 있음의 중요성을 잊고 살게 되는 어마어마한 환경이나 물리적 세계의 운용과 존재방식들의 암호를 읽어내려는 노력 또는 그것을 풀어내어 드러내 보이려는 인코딩의 또 다른 축이라 할 수 있는 디 코딩(decoding)의 과정을 통해 우리로 하여금 디코딩으로 드러난 세계와 그 세계의 의미 또한 경험하게 함으로써 더욱 확장 된 세계를 볼 수 있게 해준다. 그 예로 처마 밑에 걸려있는 풍경이 우리한테 바람의 존재감을 소리로 경험하게 해주는 것처럼 작가의 그림자를 담은 드로잉 작업들은 빛에 대한 존재감을 드러내서 경험하게 해준다. 또한 비디오 작업 중에 속도를 주제 로 가지고 작가가 KTX 기차와 경전철을 타고 지나가면서, 놀이기구를 타거나 자동차를 타고 촬영했던 영상들은 그 영상들 그 대로가 아니라 그 영상들 위에 무수한 기호들의 조합이 하나의 메트릭스같이 짜여진 화면을 함께 합성하여 보여줌으로써 우 리가 살아가는 환경 속에서 속도라는 것을 우리 눈에 조형적 모습으로 드러내 보이게 해준다. 이러한 작업들은 평소에 우리가 개념으로만 알고 느끼고 지나가는 자연의 현상들을 조형적으로 드러내어 그것들이 현현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일 깨워 준다. 보이지 않아서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엄청난 물리적 환경에 대해 우리가 작품을 경험하는 잠시나마 생생하게 그들의 존재를 환기 시켜주는 것이다. 이 비디오 작업들은 또다시 거대한 안테나를 찍은 사진들과 함께 전시되면서 단순한 속 도라는 물리적 세계로의 경험으로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우리는 거의 일상 속에서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엄 청난 양의 정보와 데이터, 소통, 통제라는 사회적 환경의 다양한 측면들과 동시에 그 안에서 우리가 살아내는 인생의 속도와 시간이라는 개념을 작가의 비디오 작업을 마주하며 한순간에 즉자적 감각으로 감지하게 만들어 준다.

 

이렇듯 이번 전시는 반은 인코딩의 세계를 반은 디코딩의 세계를 표현해 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작가가 사진이나 사물을 스 캔해서 이것들을 다시금 컴퓨터가 읽게 하고 커팅 기계로 보내서 뽑아낸 이미지들을 보면 기계가 사람이 눈으로 놓치고 있는 아주 미세한 부분을 드러내주어 보여주고 있는데, 이러한 기계 드로잉 작업들은 실재 우리가 눈으로 보는 이미지와 대조해서 볼 때 더 경이롭게 새롭게 드러나게 되는 디코딩의 세계에 대한 은유적인 작업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작가는 철저하게 인코딩 된 세계에 디코딩의 과정을 입히면서 우리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엄연한 질서나 치열하게 작용하는 규범 안에서 지금도 작 동하고 있는 물리적인 세계의 존재들이, 때로는 사회적 세계의 유의미한 방식들이 살짝살짝 언뜻언뜻 그들의 세계를 드러내듯 이 우리에게 이러한 엄청난 잠재된 세계의 부분을 잠시 동안의 일탈처럼 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보여준다. 사람들의 핸 드폰은 작은 컴퓨터로써 이제는 우리의 손과 거의 분리되지 않는 인체의 연장이 되어버린 요즘 우리는 핸드폰 안에 저장된 무 수한 사람들의 이름 아래 저장된 각각의 고유한 번호로 관계 맺고 살고 있다. 각각의 핸드폰 번호들은 이제 또 다른 우리의 주 민번호 이상의 아이디 번호로 기능하고 있는 현실에서 작가는 이러한 번호들을 입력하고 기하학적으로 전환시켜 발생되는 각 자의 고유한 모습의 기하학 모형들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에게 새로운 아이덴티티의 세계로 초대한다. 이는 데이터를 시각화 (data visualization) 하여 조형적 예술작업으로 승화시킨 작업이라 볼 수 있는데 우리는 작가가 보여주는 신비한 도형들의 움 직임과 모양을 통해서 언뜻언뜻 다시금 엄청나게 방대하게 작동하고 있는 우리가 바로 보지 못하는 다른 층위의 세계의 존재 를 맛보게 되는 것이다.

 

 

이번 박종규 작가의 전시가 관람자들에게 마치 그동안 무심하게 지나치고 놓친 세계들, 대추 한 알이 우리 앞에 놓이기까지 사실은 이제껏 엄청나고 치열하게 세상의 신비를 다 담아내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는 신비에 대한 깨달음처럼, 물, 공기, 바람, 비 모든 것을 담아 내온 대추 한 알을 다른 눈으로 바라봐줄 수 있는 연습의 장이기를 바래본다. 우리가 삶의 환경 안에서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가지만 실재로는 엄청난 질서와 규칙 안에서 살고 있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대부분 간과하고 주 목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들을 한 작가가 어떻게 조형적으로 보여주었나를 본다는 것은 우리가 잊고 지나치고 있었던 또 다른 광대한 세계 안에서 치열하고 생생하게 어느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도 작동하고 있는 물리적이고 사회적인 실 재들에 대한 체험을 경험하는 것이다. 이러한 세계 속에서 우리 자신들은 어떤 물리적 법칙과 사회적 규범과 소통의 패턴의 규 칙 속의 지배받으며 살아가고 있으며 동시에 그러한 방식과 패턴의 창조자로서 살아가고 있는 한 개체인지를 참구해 보는 신 선한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된다면, 박종규 작가의 이미지가 보여주듯 광대한 우주 안에 수없이 각자의 엄연한 질서 속에 존재하 는 무수한 점들로 대변된 세계 안에서 이 전시가 또 하나의 유의미한 새롭고 중요한 점을 충분히 확연하게 찍었다고 믿는다.

J. PARK : ENCODING

Jinhee Choi | Curator

 

In 2015 Cian Art Museum launched a program series for solo exhibitions of mid-career artists.

The Museum selected Jongkyu Park for its first exhibition. Jongkyu Park, an artist with enormous

dynamism has been creating artworks in multiple mediums, ranging from painting, sculpture, photography, video work, installation work, to public art. This exhibition, entitled ENCODING

presents important works from the past as well as more recent works and fully captures Park’s artistic

energy. Encoding is commonly defined as converting information into a coded form or in computing,

converting information or instructions into a particular form, i. e., changing a body of information

from one system of communication into another especially to convert a message into code. In this

exhibition, Park’s artworks are an act of encoding our encoded world and in the process revealing

subtle implications and inspirations.                       

 

Formalistically, Park’s artwork images have a similar appearance to various encoded images. Two

of Park’s most representative images are of infinite arrangements of dots and lines. These images

are created from computer manipulation of pixels into an image. Using a pixel as the minimum unit

(basic building block) of an image, Park cuts the edges of each pixel and enlarges them vertically or

horizontally. A seemingly infinite number of dots are arranged in patterns to suggest a book page

written in Braille or also images associated with the inner complexity of semiconductor chips. Both

images of dots and lines give the viewer an impression that these pixels of dots and lines have been

carefully recorded and arranged according to a specific rule and pattern. For the artist, a single dot

among an infinite number of them is symbolic of a completely generalized generic form of a code,

symbol, sign, phraseogram or pictogram. An array of lines looks like the result of a record for sending

or receiving wave after wave of electronically coded messages. A broken line wave seems to be the

result of trial and error and an endless repetition of broken lines record the whole process.

 

Encoding can also explain Park’s conceptual process in choosing specific mediums and messages

and the concept helps to tie together Park’s seemingly different artworks expressed in various

mediums. For example, in the first floor room, figurative drawings of stones and sculptures of shapes

of stone pieces made of cut iron sheets symbolize the specificity of things in the universe when

placed oppositely against the universalized (generic) form of dots in Park’s images. The various sizes

and shapes of stones symbolize the specificity of existence in the world. And whereas it is almost impossible to find the same size and shape of stones in reality, there is an infinite number of dots that

express the opposite phenomena of artifice.

Among Park’s more recent work are 5 installations made specifically for the museum’s wall. They

are read as an analogy for recordings of two significant aspects in our lives. In one aspect, these

installations of many different sized dots and digits arranged like symbols on many different layers

with some areas inscribed and other areas partially erased look like historical relics. At another

glance, there is a second aspect of these installations. They are a current snapshot of the massive

accumulation incessant, individual communication happening daily, even right at this right moment.

The flipside of encoding is decoding and Park’s works also present the world of decoding. By

expressing formally and conceptually the very process of decoding, his artworks provide opportunities

to extend our sensual experience of latent, hidden existences which we too easily fail to recognize

in our daily life. Much like a pungkyong (a decorative Korean windchime object normally installed

under an old house or Buddhist temple roof for listening to wind) heightens our experience of the

existence of wind by hearing its sound, Park’s shadow drawings heightens our experience of light in a more intense way. Park’s video works capture various speeds generated by KTX train, tube train, playground merry-go-around and car and by adding a layer of images containing codes and

mathematical symbols, Park presents images of speed as a complex matrix of abstracted forms

and colors. The juxtaposition of these video works against large scale photographs of antennae for

phones and electricity work to sharpen our sensual experience not only of the latent physical world of

speed but also of the modern social condition of living in an environment of massive data traffic flow

and its control.

 

The analogy of decoding in Park’s artwork is also evident in his cutting machine drawings. In these

works, Park first scans photographic images of an object into a computer and then sends these

scanned images to the printing stage of a cutting machine. The printed images from this process are

very different from what we see at the start of the process because the machine/computer scanning

records many details that our normal eyesight fails to recognize. Therefore, through these artworks,

Park presents (decodes) more vividly many parts of the physical world and our surroundings that are

often ignored or go unrecognized.

As for more social circumstance related works by Park is his most recently made video works in which our mobile numbers are transformed into various geometrical shapes and their movement. Our

dependency on our mobile phone is so great nowadays that they work as an extension of our body,

especially of our brain and our hand. Our unique mobile number has become our primary identity

in the various forms of the identification process necessary for our daily interaction with others and

with institutions and governments. Park seizes on the importance of our mobile phone numbers as

our unique social identity and generates different geometric shapes through these phone numbers

as if to represent different people. These haunting images of numbers making up shapes invite us to

consider the new world of identity but also to warn us of our vulnerability and reducibility into digits fed

into a nameless massive stream of data bought and sold without any notification or consent.

 

Like one jujube fruit is the outcome of a magical alchemy of water, air, wind, sun and rain, Park’s

artworks is a magical alchemy of dots and lines and juxtapositions that hones our perception of the

world not as it is but as it is in the middle of an incessant human activity of encoding and decoding.

After visiting and experiencing Park’s exhibition, we are able to perceive with a different vision, the

order and operating pattern of our physical and living circumstances and we gain insight into our

existential condition, as existential beings that are not only governed by but also the very creator of

these rules and orders. If this exhibition succeeds in providing the viewer a spark of recognition of

these significant aspects, then, like the dots in Park’s works, this exhibition will have added a unique

and significant dot in the univer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