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과 입체와의 관계를 통해서 본 세계의 순환
김희랑 (광주 시립 미술관 학예연구사)
미술의 역사는 이차원의 화면 안에 삼차원의 세계를 재현하기 위해 다양한 기법을 창조해 내거나, 혹은 평면조건의 한계를 인정함으로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기도 하고, 미디어의 발전과 더불어 화면 안에 삼차원의 세계를 그대로 담아내는 작업에 이르기까지 평면과 입체 사이의 끊임없는 모색의 결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종규 역시 평면과 입체사이의 관계에 대한 집요한 문제제기를 시도하고 있는 작가이다. 그는 캔버스 위에 전개도를 그리고 전개도 위에 오브제를 부착하는가 하면, 다양한 높이와 규격의 사각형 아크릴이나 철판을 배치해 놓기도 하고, 사진의 일부분에 오브제를 부착시키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인체 자체를 오브제로 사용하는 패션디자인, 건물의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와 매체의 사용을 통해 평면과 입체와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박종규의 시도들은 이차원의 화면에 삼차원의 세계를 재현하는 방법의 문제를 넘어 평면과 입체라는 개념의 본질에 대한 고민으로 이해된다.
평면과 입체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존재이다. 즉 평면은 접으면 입체가 될 수 있고, 입체는 해체되는 순간 평면으로 돌아간다. 평면과 입체의 아이러니컬한 관계성에 관심을 갖는 박종규는 한 화면 안에 평면과 입체를 공존시키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허상과 실상, 시작과 끝, 완성과 미완성, 열림과 닫힘, 단수와 복수..... 등 우리 주변을 둘러싼 수많은 상반되지만 순환관계를 갖는 개념들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박종규는 이러한 개념의 표현을 위해 다양한 매체와 표현형식을 시도하고 있는데, 각각의 작품들은 개별성을 지니며 언뜻 서로 무관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별개의 작품들은 일관되게 평면과 입체사이의 애매한 관계를 드러내고 있으며, 그 심층에는 일원론적 세계관을 내포하는 투명한 하나의 끈이 연결되어 있다. 일례로 박종규는 20대 초에 이미 철도레일을 사진으로 찍어 이를 벽면에 붙이고, 바닥에 실제의 철도레일을 설치하여 이를 서로 연결시키는 작업을 하였다고 한다. 캔버스에 전개도와 입체물의 모습이 공존하는 일련의 작품들을 보면, 캔버스 위에 전개도가 펼쳐지고 때로 좌우대칭인 전개도의 한 면은 실리콘으로 칠하거나 비닐을 부착시켜 그것을 접었을 때 만들어지는 입체물의 모습을 보여준다. 캔버스가 갖는 평면이라는 고유한 정체성은 전개도를 통해 입체물로 변형 가능한 유동적 존재로 그 의미가 확장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전개도 위에 부착되는 오브제인 실리콘이나 비닐의 투명하고 부드러운 특성은 은폐되지 않고 열려진 공간으로서의 시각적 효과뿐만 아니라 입체물의 피부 역할을 하며 보는이로 하여금 촉각적 경험까지 맛보게 한다. 연필선으로 그려진 하나의 가정이었던 전개도는 촉각적 성격이 강한 오브제의 부착으로 인하여 실재성을 지닌 입체물로 재탄생되는 것이다. 여기서 실리콘이나 비닐은 거칠게 칠해져 있거나 종이테이프로 불안전하게 부착되어 있는데 이는 입체물의 불안정성, 즉 그것이 언제 평면으로 회귀할지 모를 상황을 암시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박종규의 최근 작업은 평면조건으로 사용하던 캔버스 대신 높이가 다른 사각형 평면이 겹쳐지는 형태의 아크릴이나 강철, 스테인레스 스틸, 알루미늄 등 철판의 사용으로 매체가 확장되고 있다. 아크릴이나 철판의 표면은 재료의 성질상 캔버스보다 강한 평면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차갑고 날카로운, 투명하고 명료한 성질로 인하여 모더니즘 미술의 특성을 잘 드러내준다. 그러나 아크릴 위에 그어진 선의 떨림이나, 아크릴 표면과의 이질감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긴장감 있는 붓자국은 작가의 자전적 흔적을 보여주면서 불명료성이나 불확실성의 성격을 동시에 갖는다. 이는 시대적으로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양자의 영향 아래서 성장한 작가의 모호한 정체성이 표출된 결과라 여겨진다. 또한 아크릴이나 철재 등 산업적 재료의 사용이나 복수의 육면체나 사각형의 등장 등에서 박종규의 작품은 미니멀 아트와 강한 연관성을 보인다. 그러나 완전히 매끄럽지 않은 철판의 절단흔적이나 질산을 덧칠하여 만든 부식의 자국과 표면을 사포로 문질러 평면화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규칙적이며 우연적 효과들에서 감지되는 감성적 요소는 그의 작품을 단순히 미니멀 아트의 경향으로만 단정지을 수 없게 한다. 특히 바닥에 그리드를 그어놓고 열려진 정육면체를 배치시킨 작품의 경우, 솔 르윗(Sol LeWitt)의 작품 <미완결의 열린 입방체>와 형식적 측면에서 상당한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솔 르윗(Sol LeWitt)이 바닥의 그리드와 철저하게 계산된 입방체의 질서 있는 배치를 통해 관람객의 감정이입을 통제시키는 가운데 이차원과 삼차원 사이의 줄다리기를 시도한 것과 달리, 박종규는 그리드 위에서 각각 다른 정도로 열려진 정육면체를 자유롭게 배치함으로서 시작에서 끝 혹은 미완성에서 완성으로 가는 어떤 움직임, 내부와 외부의 소통의 정도 등 앞으로 전개될 가능성에 대해 관람객이 예측해 볼 여지를 남긴다는 점에서 솔 르윗(SolLeWitt)과 구별된다. 캔버스나 아크릴, 철판 위에서 보여준 평면과 입체와의 관계가 공간개념에 대한 탐구였다면, 건설중인 아파트, 포장마차, 지하철역의 타일벽, 지하철의 노약자석이나 소파를 찍은 사진 위에 부분적으로 비닐이나 털을 부착시켜 놓은 작품들은 공간개념에 대한 관심을 시간개념과 존재방식에 대한 문제로까지 사고의 범위를 확장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사진이란 찍는 순간 과거의 기록물이 되고, 인화지라는 평면조건에 출력되어진다. 또한 사진 속의 장면은 지금 이 순간, 이 공간 안에 실재하지 않는 허상일 뿐이다. 평면조건을 가진 과거이자 허상인 사진출력물 위에 손에 만져지는 현존하는 오브제가 부착됨으로서 과거의 기록물에는 현재개념이 이입되고, 평면이라는 이차원의 세계는 삼차원의 세계로 변화된다. 이와 같이 상반된 개념들(평면-입체, 과거-현재, 허상-실상)의 예상치 못한 공존은 보는 이를 혼란스럽게 하기도 하지만, 더불어 묘한 재미를 준다.
박종규는 평면과 입체와의 관계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혹은 어떠한 공간과 상황이냐에 따라 혹은 순간순간 변화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뒤바뀔 수 있는 상반된 개념들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평면과 입체는 결코 만날 수 없는 평행적 관계이다. 평면 상태를 포기해야만 입체가 되고, 입체는 해체되어야만 평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평면과 입체는 박종규의 전개도가 보여준 것처럼 평면이 될 수도 있고 입체가 될 수도 있는 존재이다. 즉 평면과 입체는 결국 하나인 것이다. 박종규가 보여주는 서로 공존하지만 결코 만날 수 없는 평면과 입체와의 애매한 관계처럼 이원적 구조로 존재하는 상반된 개념들은 서로 다른 모습으로 보여지지만, 결국 하나의 과정으로서 순환되고 있을 따름인 것이다.
Circulation of the world looking at the relationship between plane surface and solid bodies
Hyee Rang Kim (Curator of Kwangju Museum of Art)
It is not too much to say that the history of art is the result of unceasing grouping between plane surface and solid body ranging from the creation of various techniques to represent the three- dimensional world on two-dimensional canvasses or facing new situations by admitting the limiting conditions of the plane surface reflecting the three-dimensional world as it is on the canvass. Jong Kyu Park is an artist who persistently attempts to raise questions about the relationship between plane surface and solid body. He draws ground plans on canvass and attaches object onto these ground plans and places acrylic squares of various heights and standards and attaches objects to a part of the photograph. In addition he shows us the relationship between plane surface and solid body through the use of various materials and media like fashion design that uses the human body itself as an object architecture-like. Jong Kyu Park's attempts seem to me agonizing about the essence of the plane surface concept and the concept of solid bodies which go beyond the range that represents the three-dimensional world on a two- dimensional canvass.
Plane surface and solid body are like two sides of a coin. That is to say if a plane surface is folded, it may become a solid body and if the solid body is undone, it returns to a state of plane surfaces. Jong Kyu Park is having great interest in the ironical relationship between the plane surface and solid bodies continuously raising questions about this opposite yet circulatory relationships surrounding us, for instance the past, present and future, illusions and reality, beginning and end completion and incompletion, openness and closure, and singular and plural, while letting plane surfaces and solid bodies coexist on one canvass. To express this concept he uses various media and expression methods and each work has its own identity and appear ndependent to other work. Though each work consistently exposes an equivocal relationship in between the plane surface and solid bodies, a semi-transparent string connoting monism is mingled his early twenties he took photographs of railway them to the wall and installed actual rails on the floor photography and represented object to each other into its depth. In tracks and attached and combined.
Watching a series of artworks in which ground plans and solid bodes coexist on one canvass, the ground plan is extended onto the canvass and a construction site is painted with silicon or is attached with some plastic sheet and thus exhibiting a of solid body that may be created if folded. The meaning of proper identity the canvass has is extended into variable states that may be convertible solid bodes like ground plans.
The transparent and soft property of silicon or plastic sheets, various objects, which are attached to ground plans, give a visual effect of open spaces and also looks like a skin of solidity and gives the audience a sense of touch. Ground plans, which are a postulation composed of pencil lines, are reborn as solid bodies provoking a haptic sensation. At this time silicon and plastic sheets are roughly attached with fragile paper tape, which acts as a device that suggests the instability of solid bodies, namely the condition that solid bodies may become plane surfaces at any given time.
Jong Kyu Park's recent works expand material such as Perspex, steel or aluminum square shapes into plane surfaces with different sizes, overlapping taking the place of the canvass in general. As the surface of Perspex plates or steel has a more powerful flatness compared to a canvass and also is cold, sharp, transparent, and of clear nature, it can show the property of modernist art. But yet the touch of a line that is drawn on Perspex or a touch of a brush expresses a different sense within the surface. It simultaneously has equivalence and uncertainty while showing autobiographical traces. This seems may be attributed to an expression of equivalent identities that have grown under the influence of modernism and postmodernism. Moreover Jong Kyu Park's artwork is closely related to minimal art in its choice of industrial materials like Perspex, steel or multiple hexahedrons or the use of squares. Nevertheless emotional elements that can be identified in irregular and accidental effects arising from the cutting trace in the steel, which is not completely smooth, or the process that flattens the trace of erosion on a surface by smoothing them with sandpaper does not allow a simple definition of his artwork as minimal art. Especially in the case of artwork that places open regular hexahedrons on top of a drawn grid, it has a significant similarity to Sol LeWitt's Incomplete open cube" in terms of form though. Whereas Sol LeWitt's attempts to play tug-of-war between two and three dimensions by controlling the audience's empathy through a grid on the floor and an orderly, totally controlled placement of cubes, Jong Kyu Park leaves room to the audience to think about possibilities that may arise through the placing of regular hexahedrons that are open at different angles. In this regarcd his artwork distinguishes itself from that of Sol LeWitt. While the relationship between plane surface and solid body shown on canvass, Perspex or steel relates to the exploration of the concept of space, the artwork in which plastic sheets or hairs are partially attached to the photographs of apartments under construction, tile walls in subway stations, seats designated for the elderly or sofas can be considered as a range extending his thinking into the time and into a mode of existence interested in the concept of space concept of As soon as a photograph is taken,it already became a record of the past and is printed as a plane surface, namely printing paper. In addition the scenes in the photo are nothing more than illusion existing at this moment and in this space. Existing objects that can be touched by hands, attached to photographs having features of a plane surface, relating it to the past and as an illusion, presents a concept which empathizes the record of the past and the plane surface, namely the two dimensional world changes into a three dimensional world. Unexpected coexistence of opposing concepts (plane surface-solid body, past-present, illusion-reality) confuses the audience but provokes unusual interest.
Jong Kyu Park tells us the relationship of opposing concepts that may unceasingly change depending on what it the subject is. Space and situations coexists, the drift of times through continuous questions. The relationship between plane surface and solid body are two parallels that can never meet. Only when the plane surface is abandoned, it can turn into a solid body, and only when a solid body is unfolded, it may become a plane surface. On second thought plane surfaces and solid bodies change into each other as Jong Kyu Park's ground plans show. Plane surface and solid body are the same in the end. An ambiguous relationship that Jong Kyu Park shows between plane surface and solid body coexists but doesn't assume, opposing concepts co-exist as dual structures, appearing to be differen but ultitmately circulating around each other in the process.